1부에서는 우리 집이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이야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질문을 해보려고 한다.
"영어보다 독서를 먼저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나도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6. 나도 한때는 '영어를 가장 먼저'라고 생각했던 엄마였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영어를 들려주며, 나와 달리 우리 아이는 바이링구얼로 키우겠다는 부푼 꿈도 꾸었다.
실제로 아이들은 아주 어린 시기에 언어를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 시기를 놓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몇 년을 함께 보내면서 내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7. 영어보다 모국어를 먼저 선택했다
결국 나는 영어를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영어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내가 영어로도 아이와 지금처럼 깊이 대화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었다.
영어로 생활할 환경도 아니었고, 내가 원어민처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괜히 영어에만 집착하다가 아이와 가장 깊이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애매하게 영어를 해주려고 집착하느니,
책을 읽고, 질문을 하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기로 했다.
지금도 그 선택은 후회하지 않는다.
8. 책은 아이의 놀이감이자 아이와의 소통의 도구
영어를 내려놓았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시간에 아이들과 더 많이 놀았다. 그 생각의 연장선에서 유치원도 영어유치원, 놀이학교가 아니라
프로젝트 놀이 중심의 대학 부설 유치원을 선택했다.
주말이면 공원으로, 산으로, 박물관으로 부지런히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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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보았던 공룡을 박물관에서 다시 만나고, 곤충도 직접 관찰하고, 나무 이름도 함께 찾아봤다.
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다시 경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과 현실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독서는 공부가 아니라 놀이의 연장이 되었다.
9.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생각하는 아이'가 되길 바랐다
사실 내가 바랐던 것은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아니었다.
생각하는 아이였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등장인물의 마음을 상상하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고민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독후감을 쓰게 하거나 줄거리를 외우게 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하고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었다.
정답은 없었다.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돌이켜 보면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책 자체보다 그런 대화가 즐거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10. 지금은 독서광이 된 아이... 이제 다음을 고민할 차례
시간은 참 빠르다.
매일 밤 그림책을 읽어주던 아이는 이제 혼자 두꺼운 책을 읽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해리포터를 읽기 시작했고, 지금은 고전 완역본도 스스로 찾아 읽는다.
물론 아직 초등학생 수준의 이해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자기만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참 감사하다.
예전에는 내가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아이가 읽은 책 이야기를 내가 듣는 사람이 되었다.
어쩌면 이것이 부모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책을 거의 읽게될 것 같지만, 단 하나만은 아이들과 꼭 같이 읽고 싶은 책이 있다.
바로 성경이다.
사실 어린 시절에는 어린이 성경을 읽어주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성경의 그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 읽어줄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었다. 어린이 성경은 내용이 너무 축약되어 있었고, 반대로 일반 성경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 또는 아이들이 굳이 알 필요 없는 어두운 면들이 많아서 선뜻 그대로 읽어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이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앞으로는 성경도 함께 읽으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다.
독서를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선물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똑같이 하실 건가요?"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물론 더 좋은 영어 교육도 있었을 것이고, 더 좋은 학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 시기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인 인생의 유일한 시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엄마 손을 잡고 책을 읽고, 공원을 걷고, 산으로 소풍을 가는 그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조금만 지나도 친구가 더 좋아지고, 부모보다 자기만의 세상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그 시간을 책과 놀이로 채울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감사하다.
독서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었다.
아이와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같은 책을 읽었기 때문에 같은 장면을 기억하고, 같은 인물을 이야기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있다.
그 시간은 아이가 자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아이들이 더 커서 어떤 길을 선택하든, 나는 우리가 함께 읽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마음속 어딘가에 오래 남아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자신의 아이에게도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아이들에게 전해준 독서 습관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