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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까지, 우리 집이 10년 동안 지켜온 독서 습관 (1)

by creator09317 2026.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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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하나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그렇게 책을 좋아하게 되나요?"

 

사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금은 머뭇거리게 된다.

우리 아이가 특별해서도 아니고, 아주 비싼 전집을 사줬기 때문도 아니기 때문이다.

독서 교육 전문가에게 배운 적도 없다.

다만 아이가 태어난 뒤부터 지금까지 가족이 함께 지켜온 작은 습관들이 있었다.

 

TV를 없앤 것.

거실을 책으로 채운 것.

매일 밤 책을 읽어준 것.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공부가 아니라 추억으로 만들어 준 것.

 

지금 첫째는 초등학생이 되어 해리포터를 읽고, 고전 완역본도 스스로 찾아 읽는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하루들이 수천 번 반복된 결과였던 것 같다.

1. 우리 집에는 '쉽게 틀 수 있는 TV'가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바꾼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거실에 있던 일반 TV였다.

 

리모컨만 누르면 습관처럼 채널을 돌리게 되는 환경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반 TV 대신 이동형 스탠바이미를 선택했다.

보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만 켜고, 목적이 끝나면 다시 끄는 방식이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TV를 심심해서 보는 일이 거의 없었다.

대신 오늘은 책을 읽을까, 그림을 그릴까, 레고를 할까 하는 선택지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물론 영상을 전혀 안 보여준 것은 아니다.

책으로 읽은 작품 중에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있으면 함께 보기도 했고, 관심이 생기는 것이 있을때 그것을 주제로 영상을 고르기도 했다. 

 

하지만 '습관처럼 틀어 놓는 TV'는 없었다.

지금도 그 선택은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2. 거실 한쪽 벽은 책으로 가득 채웠다

우리 집 거실에는 소파보다 먼저 자리 잡은 것이 책장이었다.

한쪽 벽이 늘 책으로 채워두었다. 2/3는 아이들 책으로, 나머지는 내 책도 남겨 놓았다. 

 

아이들에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놀이감이 책이길 바랬다.나도 아이들과 놀다가 옆에서 책 한권 꺼내 바로 읽어주고 함께 책 내용에 맞춰 장난을 치며 놀곤 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책을 찾으러 가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면 펼치고, 안 보이면 잊어버린다.

그래서 거실에서 놀다가도 자연스럽게 책을 집어 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정리도 완벽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 책들이 아이들에게는 더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지금도 아이들은 새로운 책보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보는 일이 많다.

3. 9년간 지켜온 매일 밤 잠자리 독서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 지킨 습관은 잠자리 독서였다.

첫째가 아홉 살이 될 때까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불끄고 누워서 핸드폰 전등만 책에 비추고 침대에 누워 함께 책을 읽었다.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잠자리 의식이었다.

어쩌다 일이 있어 책을 못읽어 주겠다고 말하면, 울며불며 책을 읽어야 한다고 떼를 썼다.

그만큼 아이들에게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사실 처음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것은 어색한 일이었다.

동화책을 감정을 넣어 읽는 것도 쑥스러웠고, 목소리를 바꾸는 것도 민망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등장인물마다 목소리가 달라졌다.

슬픈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천천히 읽게 되고, 긴장되는 장면에서는 아이들보다 내가 더 몰입하고 있었다.

언젠가 부터는 아이들 동화책에 나도 함께 빠져들었고,

어릴적 읽었던 기억 또는 어릴때 읽지 못했지만 이 책이 이런내용이었구나 하면서 새로 알게되는 것도 즐거웠다. 

4. 커서도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 

잠자리 독서라고 하면 대부분 그림책을 떠올린다.

물론 우리도 그림책을 많이 읽었다.

 

하지만 조금 크기 시작하면서는 글밥이 많은 책도 함께 읽었다.

몇백 쪽 되는 책을 며칠에 걸쳐 나누어 읽기도 했다.

 

오히려 그 시간이 더 재미있었다.

하루 분량을 읽고 책을 덮으면 아이들은 항상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했다.

다음 이야기를 상상해 보기도 하며, 나름 유익한 시간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야기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런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힘도 함께 자랐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 가족끼리 예전에 함께 읽었던 책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의 장면을 아직도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5. 책을 읽는 것보다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독서는 혼자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책이 대화의 시작이었다.

같은 책을 읽었기 때문에 같은 장면을 이야기할 수 있었고, 같은 인물을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가장 큰 이유는 독서량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같은 이야기를 함께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 쌓이면서 아이들과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깊어졌다.

 

지금은 아이들이 혼자 읽는 책이 훨씬 많아졌다.

더 이상 내가 읽어주지는 않는다.

대신 아이들은 책을 다 읽고 나면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예전처럼 읽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이것이 잠자리 독서가 남겨준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1부를 마치며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하는지 고민한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어떤 책을 읽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읽고 그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했다.

 

TV를 조금 덜 보고, 책을 조금 더 가까이 두고, 매일 밤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낸 것.

그 평범한 습관들이 쌓여 지금의 아이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 가족이 영어보다 모국어를 먼저 선택한 이유와, 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부모와 아이의 관계라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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