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에서 재미있었던 점은 첫째가 둘째에게 가장 좋은 독서 멘토가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첫째만큼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새로운 책을 권해도 반응이 시큰둥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첫째가 어떤 책에 푹 빠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식사를 하면서도,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잠들기 전에도 첫째는 책 속 이야기를 나에게 계속 들려준다. "오늘 프로도한테 이런 일이 있었어." "간달프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알 것 같아." 이런 이야기를 신나게 하는 모습을 옆에서 듣고 있던 둘째가 어느 순간 묻는다.
"그 책 그렇게 재미있어? 나도 한번 읽어볼까?"
억지로 권한 적은 거의 없다. 첫째가 재미있게 읽는 모습 자체가 둘째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독서 권유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첫째가 좋아하는 책을 굳이 둘째에게 권하지 않는다. 형제자매 사이에서는 부모의 말보다, 옆에서 즐겁게 읽는 모습 하나가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반지의 제왕』을 읽으며 아이가 얻을 수 있는 것
『반지의 제왕』은 단순히 긴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고력과 독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1. 긴 글을 끝까지 따라가는 힘
요즘은 짧은 영상과 짧은 글에 익숙한 아이들이 많다. 반면 『반지의 제왕』은 수천 페이지에 걸쳐 하나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앞에서 나왔던 인물과 사건을 계속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장기 기억력과 독해력이 함께 발달한다.
2. 복잡한 인물을 이해하는 사고력
이 작품에는 완벽한 영웅이 거의 없다. 프로도는 흔들리고, 보로미르는 욕심을 내며, 골룸은 선과 악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아이들은 이런 인물들을 보며 사람을 단순히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만 나누지 않는 시각을 배우게 된다.
3. 상상력과 세계관을 이해하는 능력
중간계는 현대 판타지의 출발점이라고 불릴 만큼 방대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해리포터를 비롯해 수많은 판타지 작품들이 톨킨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세계관을 이해하며 읽는 경험은 이후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을 때도 큰 도움이 된다.
4. 반복해서 읽을수록 새로운 의미가 보인다
『반지의 제왕』은 한 번 읽고 모든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장점이기도 하다. 초등학생 때 읽었을 때와 중학생, 성인이 되어 다시 읽었을 때 느끼는 감상이 달라진다.
좋은 고전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부모가 할 일은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읽고 싶게 만드는 것'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은 독서는 절대 강요해서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대로 작품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이 먼저 생기면 아이는 놀랄 만큼 적극적으로 책을 찾아 읽는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책을 시작할 때마다 먼저 그 세계를 함께 즐기려고 한다. 영화를 보고, 굿즈를 구경하고, 등장인물 이야기를 나누고,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사랑하는지 이야기해 준다.
그렇게 작품과 친해진 뒤 책을 펼치면 아이는 '숙제'가 아니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모험'이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다.
물론 모든 아이에게 같은 방법이 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이 방법이 긴 책을 부담 없이 시작하는 데 꽤 효과적이었다.
마무리
『반지의 제왕』은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초등학생이라고 해서 무조건 어렵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다.
평소 긴 책 읽기를 즐기고, 판타지 세계관에 흥미가 있는 아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작품이다.
특히 『호빗』을 먼저 읽고, 영화를 통해 작품과 친숙해진 뒤 원작을 읽는 방법은 우리 아이에게는 정말 좋은 시작이 되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책을 들이밀기보다, 책을 좋아하게 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한 한 권의 책은 아이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독서 경험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