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인지능력에 대해 고민하면서 웩슬러 검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알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우리나라에서는 웩슬러 검사가 꽤 흔하다. 아이의 지능이 어느 정도인지, 언어형인지 수학형인지, 영재성이 있는지, 학습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를 알아보기 위해 검사를 받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 검사를 고민했다. 그런데 한국 웩슬러 아동지능검사 표준화 연구에 참여한 곽금주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복잡해졌다. 웩슬러를 하려고 했다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다시 우리 아이에게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아직도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내가 웩슬러 검사를 고민하게 된 이유
내가 궁금한 것은 단순히 IQ가 몇인지가 아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한 아이 안에서도 능력의 차이가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 아이도 독서에서는 또래보다 상당히 깊고 어려운 책을 읽고 이해하는 편이다. 반면 학교 공부에서는 독서에서 보여주는 모습만큼 두드러지지 않고, 특히 수학에서는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언어이해는 높지만 작업기억이나 처리속도는 상대적으로 평범할 수도 있을까. 이런 인지능력의 불균형이 실제 학습이나 학교생활과 연결될 수도 있을까.
해외에서는 웩슬러를 어떻게 사용할까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WISC가 단순히 아이의 IQ를 알아보기 위한 검사라기보다 심리·교육적 평가를 위한 전문 도구라는 성격이 더 강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읽기나 수학에서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인지능력에 비해 학업성취가 낮거나, 특별한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지 판단해야 할 때 WISC를 다른 검사와 함께 활용한다.
미국에서는 인지검사 하나만으로 아이를 판단하기보다 학업성취도, 행동평가, 부모와 교사의 의견, 발달력과 학교생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말하는 심리교육평가다.한국에서 말하는 풀배터리 검사와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해외에서는 특히 실제 읽기·쓰기·수학 성취도를 함께 보는 비중이 큰 편이다.
그렇다고 해외에서는 문제가 있는 아이만 검사할까
그것도 아니다. 해외에서도 영재성 평가나 인지적 강점과 약점을 확인하기 위해 WISC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차이는 검사를 시작하는 질문에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아이 IQ가 얼마나 될까', '영재인지 확인해 볼까', '공부를 잘할 머리인지 알아볼까' 라는 이유로도 검사를 받는다. 반면 해외의 임상·교육 현장에서는 '이 아이에게 왜 이런 어려움이 나타날까', '인지능력과 실제 학업성취 사이에 왜 차이가 있을까' 같은 구체적인 질문에서 검사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검사 목적
여기까지 알아보고 나니 웩슬러 검사를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단순하게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IQ 숫자를 확인하고 싶어서 하는 검사와, 아이 안에서 보이는 큰 능력 차이의 이유를 이해하기 위한 검사는 목적이 다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검사를 예약할 만큼 필요성을 느꼈다가 곽금주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하지 말아야 하나 고민했고, 해외의 검사 활용 방식을 찾아보면서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검사 결과로 아이를 규정하지 않는 것 같다. IQ가 높다고 안심하고, 기대보다 낮다고 실망하는 검사가 아니라 부모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아이의 모습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고민 중이다. 웩슬러를 할지 말지보다, 만약 하게 된다면 무엇을 알고 싶은지부터 분명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아마 그게 내가 웩슬러 검사를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