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다 보면 한 번쯤은 '반지의 제왕을 읽어도 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세계적인 명작이라는 것은 알지만, 분량도 많고 문체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 때문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같은 고민을 했다. 평소 아이가 긴 소설을 좋아하긴 했지만, 『반지의 제왕』은 또 다른 수준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여러 자료를 찾아봤고, 실제로 아이와 함께 읽어 보면서 느낀 점도 적지 않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초등학생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학년이 아니라 책을 만나는 방식이었다.
『반지의 제왕』은 왜 어렵다고 할까?
많은 사람들이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면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반지의 제왕』은 조금 다르다.
J.R.R. 톨킨은 단순히 모험담을 쓴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 중간계의 역사와 언어, 종족, 문화, 지리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등장인물도 매우 많다.
게다가 초반에는 화려한 전투보다 배경 설명과 인물 소개가 이어진다. 그래서 성인 독자들조차 "1권 초반이 가장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초반만 지나면 몰입도가 크게 올라간다. 실제로 많은 독자들이 브리(Bree) 이후부터는 책을 손에서 놓기 어려웠다고 이야기한다.
초등학생도 읽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의 독서 경험이다. 짧은 책만 읽던 아이에게 갑자기 『반지의 제왕』을 권하면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익숙한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독서는 체력과도 비슷하다. 조금씩 긴 책을 읽어 본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더 긴 작품도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집은 '호빗'부터 시작했다
우리 아이가 처음부터 『반지의 제왕』을 읽은 것은 아니다.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 나는 조금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바로 아이가 먼저 그 작품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 재미있으니까 읽어 봐."라고 권하는 것보다, 먼저 작품 자체에 관심이 생기도록 만드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선택한 책이 『호빗』이었다.
『호빗』은 『반지의 제왕』보다 분량도 짧고 문체도 훨씬 편안하다. 빌보와 간달프, 드워프들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중간계라는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나중에 『반지의 제왕』을 펼쳤을 때도 "아! 이 사람이 그때 나왔던 간달프구나." "빌보가 왜 반지를 갖게 되었는지 알겠다." 하면서 훨씬 쉽게 이야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읽기 순서 | 추천 이유 |
|---|---|
| 호빗 | 세계관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
| 반지의 제왕 영화 | 등장인물과 장소를 미리 익혀 책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
| 반지의 제왕 소설 | 이미 친숙한 세계관 덕분에 긴 분량도 부담이 줄어든다. |
영화를 먼저 보여준 것도 좋은 방법
책을 먼저 읽어야 할지, 영화를 먼저 봐야 할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영화를 먼저 본 것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다.
등장인물들의 얼굴과 장소, 중간계의 분위기가 머릿속에 이미 그려져 있으니 책을 읽으면서 장면을 상상하는 데 어려움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아이는 영화를 보며 생긴 궁금증 때문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영화에서는 이렇게 나왔는데 원작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삭제된 이야기도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순서가 조금 달라도 아이가 스스로 읽고 싶어지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책을 읽고 싶은 '호기심' 심어주기
평소에도 새로운 책을 읽기 전에는 일부러 호기심을 자극하는 편이다.
관련된 레고나 피규어 같은 굿즈를 함께 찾아보기도 하고, 작가에 대한 이야기나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을 들려주기도 한다.
가끔은 등장인물 이야기를 마치 옛날이야기처럼 들려주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는 책을 펼치기 전부터 이미 작품 속 세계를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책은 억지로 읽게 한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읽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겼을 때 아이는 스스로 책을 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