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여행을 계획하면서 아이들에게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밀포드사운드도 아니고, 반딧불 동굴도 아니었다.
아이들의 대답은 망설임 없이 "호빗마을!"이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아이들은 이미 《반지의 제왕》을 읽었고, 영화 시리즈도 모두 보고, 실제 호빗마을에 간다는 기대가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샤이어 이야기를 자주 했고, 호빗 마을이 실제 있다는 말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자구 하던 터였다.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 호빗마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 속에 있던 세상을 직접 만나는 여행이었다.
영화 속 장면이 그대로 펼쳐진 호빗마을

초록빛 언덕이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영화에서만 보던 풍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부드러운 초록 언덕과 동그란 문, 작은 창문, 집 앞을 장식한 화분과 나무 울타리까지.
사진으로 봤을 때도 예뻤지만 실제로 보니 훨씬 더 동화 같았다.
영화 세트장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전혀 인위적인 느낌이 없었다.
누군가 정말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름다운 자연만큼 평화롭고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호빗에게 참 어울리는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록색 문을 발견한 아이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
"엄마! 여기 봐!"
"이거 영화에서 나왔던 집 아니야?"
호빗의 집마다 문 색깔이 조금씩 달랐는데, 아이들은 특히 초록색 문을 가장 좋아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그 문이 실제로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던 것 같다.
문 앞에 서서 사진도 찍고, 창문도 들여다보고, 작은 우편함과 표지판까지 하나하나 살펴봤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냥 작은 소품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모두 이야기가 담긴 물건들이었다.
책을 읽고 왔기 때문에 더 재미있었다
호빗마을을 둘러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하나였다.
'책을 먼저 읽고 오길 정말 잘했다.'
만약 반지의 제왕을 모르고 왔다면 예쁜 영화 세트장을 둘러보는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이곳에서 어떤 장면이 나왔는지,
빌보가 어디를 걸었는지,
간달프가 어느 길로 들어왔는지,
영화 속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걸었다.
같은 장소를 보더라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어른도 호빗의 평화롭고 신비한 삶을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여행 전에는 아이들이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걸어보니 나도 어느새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잔디 냄새가 나는 언덕을 천천히 걷고, 작은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고, 아기자기한 호빗의 집들을 하나씩 바라보는 시간이 참 평화로웠다.
이곳은 놀이공원처럼 화려한 곳은 아니다.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도 없고, 큰 액티비티도 없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었다.
잠시 현실을 잊고 동화 속 마을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호빗마을에는 예쁜 포토 스팟이 정말 많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유명한 장소보다 작은 호빗의 집 앞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다.
아이들은 집마다 "여기에는 누가 살았을까?" 하며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 집은 정원을 정말 좋아하는 호빗이 살 것 같아."
"여기는 아이가 있는 집 아닐까?"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여행은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만드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 영화.. .그리고 여행이 하나 되어 몰입의 경험을
이번 호빗마을 여행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책의 힘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도 나누었고, 영화도 같이 봤다.
그리고 몇 년 뒤 우리는 그 장소를 실제로 같이 걷고 있었다.
책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영화로 이어지고, 결국 여행으로 완성된 것이다.
아이들은 단순히 예쁜 마을을 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했던 이야기를 현실에서 다시 만났다.
그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경험들이 아이들에게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선사했기를 바래본다.
우리 가족에게 호빗마을은 여행지가 아니라 추억이었다
뉴질랜드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정말 많다.
빙하도 있고, 호수도 있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도 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가장 오래 이야기하는 장소는 여전히 호빗마을이다.
그 이유는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행복해했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초록색 문 하나에도 환호하고, 작은 표지판 앞에서도 사진을 찍으며 웃던 아이들의 표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부모에게 여행은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호빗마을은 영화 촬영지를 둘러본 하루가 아니었다.
우리 가족이 함께 읽었던 책과 함께 봤던 영화가 현실이 된 하루였다.
그래서 뉴질랜드 여행을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소도, 가장 먼저 다시 가고 싶은 곳도 여전히 호빗마을이다.